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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5년05월07일 08시23분 ]

혼혈인 그들이 겪는 고통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혼혈인은 그 개인적 출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군정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깊숙이 자리 잡은 미군에 의한 파생물이라는 것이다.


역사 이래 혼혈인의 역사는 계속되어 왔으며, 누구도 출생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동양계의 혼혈인은 우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순혈주의와 민족주의에 장애물로 보지 않았지만, 우리와 다른 서양계 혼혈인들은 우리 민족의 분단이 몰고 온 동족상잔의 비극을 증명하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문제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여야만 할 뿐더러 혼혈인이 겪는 고통과 문제의 상당 부분이 우리에게 그 책임이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발적인 문제해결을 이끌어내는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동정이나 지원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선적일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국제결혼이 현재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뼈아픈 역사의 궤적 속에 태어난 혼혈인이란 이름의 숱한 [미운 오리새끼]들이 피부색 등의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천대 속에 살아오고 있다. 같은 말을 쓰며 같은 땅에 살면서도 같게 느껴지지 않는 이들은 [피를 나눈 이방인]으로 취급될 뿐이다.

혼혈인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은 순혈주의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데다 유교적 문화권에 속한 한국인들은 외국인, 특히 미국인에 대한 선망과 함께 우월의식을 기형적으로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혼혈인들의 출생은 미군을 상대로 했던 기지촌 여성만을 부각시키며 혼혈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각인시켜왔다.

혼혈인이란 개념은 사전적 해석을 붙이면 순수한 민족에 다른 민족의 피가 섞인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개념의 혼혈아는 50년대 이후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 3세에 한정한다. 우리나라 혼혈인들 중에는 미국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미군정이 실시되고부터 현재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는 이상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큰 시련이며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6.25의 전란이 그친지 오래지만 그 전화가 남기고 간 부산물과 할퀴고 간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 가슴 아픈 일들을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심심찮게 국제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여 많은 정책들이 입안되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혈통(부계혈통주의) 이것만은 국제화를 단호히 거부한다. 사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참뜻은 사회가 변화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근간이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잊지 않는데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단일 민족에 대한 강조는 좋은 점도 있으나 잘못 받아들여져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곤 한다. 사실 100%의 순수혈통을 갖고 있다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5천년 동안 각종 변란을 겪으면서 중국인, 몽고인, 일본인, 미국인 등등 많은 민족의 피가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인들에게 사회적 충격과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낙인이 혼혈인들의 생활과 삶을 질곡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인들의 혼혈인에 대한 의식은 호기심 아니면 무시 내지 동정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의 혼혈인 정책은 1972년도부터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혼혈인들은 군대를 가지 않고 예비군에 편성되지도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군 면제가 아닌 보류 상태로 군 입대를 지원해도 갈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군 미필은 사회에 진출할 때에 또 다른 장애로 작용한다.

정부 차원의 복지 프로그램이나 혼혈아동을 위한 특수 교육기관은 수원 화성에 있는 적십자 직업훈련원(당시 대한적십자사 서영훈 사무총장)을 제외하곤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직업 훈련원조차 근본적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최근에 와서는 제반 복지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적 변화를 요청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다만 혼혈인들이 한국 땅에서 공헌할 수 있는 차원으로, 그리고 인력 육성이란 차원으로 모든 혼혈인 정책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동남아의 혼혈인 문제는 어떠할까? 미군이 우리 한국인 여성에게 하였던 형태들을 월남파병 한국군 또한 가해자로서 동일하게 베트남 여성들을 상대로 행하였던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로서는 그들의 적인 미군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동들을 과연 곱게 볼 수 있을까.

미국은 월남 전쟁 당시 미군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계 혼혈아동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인정해주고 있듯이 참전국 대부분은 모국으로 자국의 혼혈인을 데리고 갔으며, 심지어 필리핀도 자국의 혼혈인을 자국국민으로 인정하고 데리고 갔다. 반면 한국계 혼혈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무관심으로 방치하고 있는 상태이다.

혼혈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인 면이다. 혼혈인 가정의 상당수가 일반 빈곤가정이 갖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고 따라서 혼혈아들 역시 일반 빈곤가정 아동의 문제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떤 부분에 경제적 지원을 집중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둘째로 혼혈인 스스로 올바른 자기정립과 자신의 삶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누구든 이 문제에 대하여는 조력자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업에 집중할 것인가. 잠정적 결론은 혼혈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전문쎈터의 건립과 혼혈아동만을 위한 학교와 교육 시스템, 프로그램의 마련과 장학재정의 확보일 것이다.

셋째로 혼혈인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다. 국민결집의 무기로 사용되었던 순혈주의와 민족주의는 퇴색되었으며, 모든 혼혈인들을 ‘기지촌여성의 자녀’로 매도하여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이들이 나서서 이들 혼혈인 어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국민의식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상호변화를 위하여 우리는 의식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전란의 혼혈인들의 아버지는 우리나라의 안위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쳐 산화한 국가유공자이며, 국가 원수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존경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 땅에 살아있는 그들의 자녀(전란의 헌혈인)들에게는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중적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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