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2019년09월17일tue
 
티커뉴스
OFF
뉴스홈 > 저널 > 칼럼 > 김종철 칼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해피코리아뉴스 편집장/칼럼니스트 김종철
등록날짜 [ 2015년06월11일 09시05분 ]



영웅은 지력(智力)과 재능 또는 담력·무용(武勇) 등에 특히 뛰어나서 큰일을 해낸 사람을 말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그 지력과 담력, 무용 등을 발휘한 영웅들을 국가는 어떤 예우와 존경의 예를 갖추고 있으며, 사회는 마땅히 추앙해야 할 영웅들을 기억하는지 모를 일이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 이들을 의인(義人)이라 칭하고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왔던 이들은 참전용사라 칭할 뿐 이들 영웅들을 인정하고 추앙하는 제도적 장치의 부족과 사회의 인식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호국 보훈의 달에 ‘현충일’을 기념하고, 현충원이나 국립묘지의 참배하는 것으로 영웅에 대한 도리를 다 한 것으로 착각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태는 결국 영웅은 없고 잡졸만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원이 하수선한데 ‘세월호’ 이야기를 들먹이려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암과 투병 중인 김홍경씨는 1년 2개월 선원들도 버리고 떠난 세월호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로프로 끌어올려 구해낸 김씨는 지금 팔조차 들어 올릴 기력이 없고, 작년 12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화학치료를 받느라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 얼굴은 뼈와 가죽이 붙어버렸다.

 

김씨는 "세월호 사고 때 뭘 바라고 아이들을 구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의인감은 아니다"고 했지만, 생의 끝자락에 선 순간에도 한때 세상이 의인이라 불렀던 자신이 구차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 후회스럽다고 했다. 일거리를 찾아 스타렉스 차량에 배관 설비 장비를 싣고 제주도로 가기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사고를 만났을 때조차 해보지 않았던 후회를 하고 있다.


 

그는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배가 갑자기 균형을 잃고 왼쪽으로 걷잡을 수 없이 기울었을 때 다행히 탈출에 유리한 오른쪽 꼭대기 층(5층)에 있었다. 하지만 왼쪽 아래층에 있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단원고 학생 수십 명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 안에 끝까지 남았다. 아이들을 구했다는 안도감에 그걸로 만족했다. 김씨는 사고 직후 세월호를 버리고 먼저 달아난 선원들과 대비돼 언론에서 의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승합차와 설비 장비를 바닷속에 잃어버렸지만, 김씨는 "단원고 학생들이 먼저이고 그 가족들이 먼저라고 생각해 정부를 믿고 기다렸다"고 했다. 작년 말 위암 4기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까지 하게 돼 쪼들렸지만 "그래도 정부를 믿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김씨는 세월호 참사 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더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서라는 것이다. "아직 아래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며 구해달라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더 끌어올리지 못하던 그 순간이 영상처럼 떠올랐어요." 자연적으로 치유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병원에도 다녔다고 했다.

 

김씨는 "정부는 처음에 '피해 본 건 무엇이든 다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고 했다. 중고차 값에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값만 더해 배상금으로 530만원만 주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차 안에 갖가지 공구며 근로자들에게 줄 임금까지 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지만, 해양수산부는 '그걸 보상받으려면 구입 영수증과 함께 차 안에 그 물건이 있었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출하라'고 하더라"고 했다. 김씨는 "어떻게든 영수증을 찾아 제출해봤지만 '증거 불충분'이란 말과 함께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고 했다.

 

배상 금액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심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긴 했다. 하지만 그 사이 병원비로 쌓인 빚이 1,500만원이었다. 게다가 해수부는 "530만원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보상금도 줄 수 없다."고 엄포성 발언을 일삼았다. 형편이 어려운 김씨가 인적피해보상금의 일부라도 먼저 받으려 하니, 그러려면 차량 피해 금액 등이 먼저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해수부가 제시한 530만원안(案)에 "도리 없이 서명하고 말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돈도 아직 김씨 수중에 들어오진 않았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1년 2개월간 김씨를 담당한 공무원은 7명이다. 어떨 땐 이름도 밝히지 않고 "오늘부터 제가 맡게 됐다"고 전화하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김씨가 먼저 해수부 등에 연락해도 "잠깐만 기다리라"며 전화를 5~6번 돌리다가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타결 짓지 않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는 모습은 책임전가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우리 정부의 초상이었다.

 

그는 "금전 보상이 적다고 해서 서운해 하는 건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의인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땐 건설인협회에서 주겠다는 상도 마다했다. "아이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때 한 일로 상을 받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그런 그도 이젠 "세상의 끝에 내몰리니 한국에선 목소리가 커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못 들은 걸로 해달라"면서도 "남편이 죽기 전에 아이들을 꼭 보고 싶다고 하는데 사고 뒤 단원고나 학생가족회 등으로부터 연락 한번 받아보지 못한 건 못내 서운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영웅은 아닐지라도 의인을 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정부는 김씨와 같은 의인에게 보상이 아니라 ‘포상’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 하며,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존경의 예를 갖추어야 하며, 사회는 마땅히 의인을 추앙하고 기리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니면, 우리에게는 결국 영웅은 없고 잡졸만 있는 한심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올려 1 내려 0
장선희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제2연평해전에 대한 특별법' 조속한 입법을... (2015-06-29 05:42:01)
노인 연령을 높이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2015-05-27 12:48:11)
연간 횡단보도 보행자 사망 373...
해양경찰청, 항공구조 서비스 ...
“근로 감독 행정 종합 개선 방...
국가기록원, 개별 대통령기록관...
WHO 에볼라바이러스병 국제공중...
일본 최대 농업 전시회, 10월 ...
국제 조경·원예 전시회, 10월 ...
현재접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