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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의 피해여성에 대한 의식전환

전란의 피해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우리의 의식

등록일 2021년01월15일 10시0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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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의 피해여성에 대한 의식전환

 


 

 

아프리카의 르완다 여성들이 대학살 때 겪었던 고통은 수도 키갈리 대학살 추모관 전시실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투치족) 여성 50만명이 성폭행을 당했다. 특히 에이즈 보균자인 (후투족) 남성들이 의도적·반복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또 다른 학살 무기가 된 것이다. 이들에게 당한 피해 여성들은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에이즈에 감염돼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우리의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상적 견해차로 역사외곡이 심화되고 구심점이 되어야 할 역사인식이 쇠퇴하면서 정체감마저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6.25전쟁 기념관에는 의병과 군경의 활약상만 나열되고 어느 곳에도 전란의 피해여성과 그 자녀인 혼혈인에 대해 기술되거나 전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하는가?

 

아녀자들의 ‘절의상실’은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는 치부가 아닐 수 없겠으나, ‘절의상실’이 부정한 행위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우리의 힘이 나약했기 때문에 아녀자들이 피해를 당한 것인데도 왜 스스로의 책임감을 숨기는 비겁함이 차라리 수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르완다의 살아남은 여성들은 '모성 본능'으로 버텼다. 대학살 당시 성폭행으로 태어난 '원치 않은 아이들'만 최소 3만5000여명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지역사회는 피해 여성들을 치부(恥部)로 인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정책을 폈다. 장 하브야리마나 르완다 국가통합위원회 사무총장은 "대학살 당시 성폭행 피해 여성, 이들이 낳은 자녀, 전쟁고아 등 세 부류를 최우선 원호(援護) 대상으로 정해 주택·교육·의료 분야 혜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점이 르완다가 한국과 다른 면이다. 한국은 외침과 동족상잔의 전란의 피해여성들을 치부로 인식하고 여지없이 배척과 차별의 대상으로 삼았다. 병자호란의 피해여성들은 ‘절의를 잃었다.’는 이유로 (화냥년-환향녀)라는 낙인이 찍히고 배척과 내침을 당했으며, 6.25전란의 피해여성들과 혼혈인 자녀들에 대해 정부와 지역사회는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했으며, 배척하고 차별의 대상으로 숨죽여 그늘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어머니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모성’이 발휘될 수 있으며, ‘애국’을 들먹일 수 있는가 말이다. 한국은 우리에게서 ‘어머니’를 지워버렸다.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위안부, 전란의 피해여성, 혼혈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정부와 사회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없고 그냥 소리없이 사라져주길 기대하며, 어머니의 힘을 무시하고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르완다는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 존중은 르완다를 여권(女權) 강국으로 이끌었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6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WTO 사무부총장과 르완다개발위원회(RDB) 위원장을 맡았던 발렌타인 루그와비자 동아프리카공동체(EAC) 장관, 인권 운동가 출신 세라프네 무칸타바나 재난 대비·난민 장관, 정부 대변인·정통부장관을 거친 루이제 무시키와보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요직에도 여성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다.

 


 

르완다 어머니들은 오랜 숙제인 피해자·가해자 간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르완다인들은 인종 대학살 당시 가족들과 이웃을 폭도에게 잃었지만 "아이를 죽인 사람들이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며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게 용서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대학살로 가족과의 생이별하고 폐허가 된 땅에서 어머니들은 강했다. 혼돈의 세계에서 르완다를 일으켰다. 르완다 사람은 모두 어머니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어머니의 힘이다. ‘모성’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을 뿐이다. ‘용서와 화해’라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지역사회는 르완다를 보면서 스스로의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다시 이런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과거를 바로 돌아봐야 한다. 일본의 역사외곡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과 사과만 요구할 게 아니다. 우리가 먼저 치부를 들어내는 한이 있어도 전란의 피해여성과 혼혈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이들의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여 어머니는 어떠한 경우에도 ‘어머니’로서의 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가슴 속에서 ‘어머니’를 불러 세워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종철

장선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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